- 제목 : 완벽한 타인
- 개봉일 : 2018.10.31
- 감독 : 이재규
- 주연 :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 러닝타임 : 115분
- 넷플릭스, 티빙, 왓챠플레이에서 시청 가능.
감추고 싶은 비밀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은 엄청나게 큰 것일 수도 있고 사소하게 작은 것일 수도 있다. 그 크기가 크던지 작던지 비밀이 없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 비밀은 일기장에 존재할 수도 있고 컴퓨터에 존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사소하게 많은 비밀은 아마 핸드폰에 들어있을 것이다. 당신은 핸드폰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공개할 수 있는가? 이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 문제에 대해 적나라하게 다룬 영화이다. 당당히 공개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 안의 모든 정보를 모두 공개한다는 것을 매우 불편해할 것이다. 불편한 정도를 넘어서 절대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친구들은 물론 가족에게도 핸드폰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마도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나만의 프라이버시가 있고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인들과 보낸 메시지에 상처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부부동반 모임을 한다. 한 친구가 그 자리에서 모두 핸드폰을 걷어 테이블 위에 놓고 저녁식사시간 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공개하자는 제안을 한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가지고 있던 몇몇의 사람들은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수상하게 생각할까 봐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밝혀지는 비밀들
주인공인 네 명의 친구들 태수(유해진), 석호(조진웅),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모두가 친한 친구들이었다. 자그마치 34년 동안 우정을 나눈 사이. 태수의 와이프 수현(염정아), 석호의 와이프 예진(김지수), 준모의 와이프 세경(송하윤)도 자주 만났기 때문에 서로 친했다. 그중 영배는 이혼을 하여 와이프가 없었다. 현재 만나고 있는 애인은 있으나 이 날은 함께 오지 못하였다. 이들은 석호의 집에서 월식 날에 맞추어 오랜만에 함께 모여 식사를 하게 된다. 이때 석호의 와이프 예진이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예진의 제안은 저녁식사 동안 각자의 핸드폰에 오는 전화와 문자를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 일곱 명 중 몇 명은 이 제안이 꺼림칙했지만 여기서 반대를 한다면 뭔가 잘못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어쩔 수 없이 수락하게 된다. 석호와 예진은 각각 가슴을 수술하는 성형외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이다. 둘은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기보다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부부다. 석호는 예진이 아닌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예진도 석호가 아닌 다른 성형외과 의사에게 가슴 수술을 하려고 예약을 했다. 서로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핸드폰의 공개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밝혀지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실망을 한다. 예진은 남편인 석호를 위해 가슴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예진은 석호의 친구 준모와 불륜관계였다. 그를 위해 수술을 했다는 것이 나온다. 태수와 그의 부인 수현의 가정은 태수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대가족이다. 수현은 태수가 사법고시에 붙을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를 한 사람이다. 태수가 자신의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 때문에 영배와 핸드폰을 바꾸게 되면서 게이로 오해받게 된다. 수현은 큰 실망을 하게 되고 수현 역시 그에게 밝히고 싶지 않았던 비밀이 드러나게 되며 이들의 사이는 틀어지게 된다. 준모와 세경은 잉꼬부부처럼 보였지만 준모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또 예진과도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총 세명의 여자와 바람을 피운 것이다. 이 날 준모의 불륜이 들통이 나고 준모와 세경의 사이도 틀어진다.
감춰야만 하는 비밀도 있다
이 영화는 모두의 비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결국 돈독했던 이들의 사이는 파국으로 끝이 났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다. 매사에 솔직해야 한다. 솔직한 것을 미덕으로 삼으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라왔다. 그러나 모두들 친구를 사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솔직한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비밀들은 감추고 있는 것이 평화로울 때가 있다. 나 역시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굳이 전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은 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편할 때가 많다. 이들같이 깊고 오랜 우정을 나눈 돈독한 사이의 친구들도, 겉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 보였던 부부들도 이런 금기를 깨자 사이가 모두 무너지게 되었다. 남녀 사이의 알아서는 안될 비밀들, 그리고 각자의 사생활이 드러나면 서로를 전처럼 볼 수 없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친구들이 '우리들도 저 영화처럼 저녁시간 동안 핸드폰에 오는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공개하자'라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 모두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저녁을 먹었는데 저녁을 먹고 디저트를 먹는 시간까지도 아무에게서 전화와 문자가 오지 않고 모든 핸드폰들이 고요했다. 그래서 그냥 각자 핸드폰을 챙겨서 집으로 갔다는 재미있는 후기도 있다. 이 영화 '완벽한 타인'은 리메이크된 작품으로 2016년에 개봉한 이태리 영화를 각색한 것이다. 원작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만의 정서로 잘 각색한 것 같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장소는 오직 한 곳이었고 등장인물들도 그대로였지만 매우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한 번쯤은 꼭 볼만한 재미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