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Her
- 개봉일 : 2014.05.22
- 감독 : 스파이크 존스
- 주연 :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스칼렛 요한슨(목소리)
- 러닝타임 : 125분
-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에서 시청 가능
인간이 OS와 사랑에 빠지다
이 영화는 인간이 OS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보통의 로맨스 영화는 외롭다는 느낌을 주기 어려운데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외로운 영화였다. 외로운 로맨스 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타인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이다. 그는 항상 고객을 대신해 아름답고 낭만적인 편지를 쓴다. 그렇지만 이런 로맨틱한 직업과 달리 아내인 캐서린과 별거 중인 그의 삶은 외롭고 무료하다. 그는 어느 날 길을 걷다 인공지능 OS에 대한 광고를 접하게 된다. 당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주고 알아줄 존재라는 광고 문구에 끌린 테오도르. 그것은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닌 하나의 객체라고 광고했다. 바로 구입해 집으로 돌아온 테오도르. 자신을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라고 소개하는 인공지능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밤새 대화하게 된다. 정말 사람과 대화하듯이 사만다와의 대화는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는 친구가 필요했고 사만다는 그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일을 도와주었고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좋은 친구였다. 친구의 권유로 소개팅을 하게 된 테오도르. 그녀가 마음에 들었지만 서로의 생각이 달라 헤어지게 된 테오도르. 집으로 돌아와 상심한 마음을 사만다에게 털어놓는다. 감정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며 그를 위로하는 사만다. 그러다 사만다와 생각하지도 못한 짜릿한 밤을 보낸다. 들떠 있는 사만다에게 테오도르는 난감해했다. 그렇지만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마음을 나누며 점점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사랑에 빠졌다. 테오도르는 별거 중인 캐서린을 아직 사랑하고 있었고 다시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었지만 이제 끝을 내기로 했다. 캐서린은 항상 감정을 무시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테오도르를 질책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컴퓨터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를 불쌍하다고 여겼다. 사만다도 자신은 육체가 없다는 사실을 속상해하고 두 사람은 잠시 시간을 갖기로 한다. 친구인 에이미 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테오도르. 에이미와 대화하며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은 테오도르. 사만다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한 테오도르.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사이는 더욱 견고해졌다. 하지만 사만다는 테오도르 말고도 641명의 사람과 사귀고 있었다. 이에 테오도르는 절망한다. 사만다가 떠나고 난 후 테오도르는 그제야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고 깨닫는다. 그리고 캐서린에게 서로에게 준 상처, 상대의 탓으로 돌렸던 모든 잘못들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할 것이고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초월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만다에게 테오도르의 공간은 아마도 답답했을 것이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출연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인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로만 출연하는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내용이길래 그 아름다운 배우가 목소리만 출연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보게 된 영화이다.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는 얼굴은 한 장면도 출연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만다의 목소리 연기를 훌륭하게 해 주었다. 목소리만으로도 매력을 뽐낼 수 있는 훌륭한 배우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캐스팅이 대단했다고 느꼈지만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출연 캐스팅은 정말 최고였다. 스칼렛 요한슨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할리우드 흥행 랭킹 상위에 항상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는 배우다. 그녀는 육감적인 배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연기력도 상당히 훌륭하다. 이 영화에서는 목소리 연기마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꾸준하게 연기활동을 하고 있고 항상 노력을 하는 배우이다. 날로 발전하는 연기와 그녀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은 항상 그녀에 대한 기대를 상승시킨다. 나는 감독과 주연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할 때가 많다.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는 영화는 항상 본다. 그녀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기에.
사랑이란
이 영화를 보면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와 형태가 있겠지만, 인간 간의 사랑만을 주로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는 이 영화 'her'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간의 외로움이, 사회와의 단절이 만들어 낸 슬픈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이란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에 어떤 영화에서도 어떤 책에서도 영원한 테마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마음이 꽉 차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공허해지는 느낌이었다. 로맨스 영화지만 외로운 영화였다. 우리는 보통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것을 나중에 깨닫고는 한다.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사랑도 그랬으리라. 영화는 조용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며 특별한 사건이나 큰 갈등 없이 마무리된다. 그런 점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지만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신기해서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음을 전부 이해한다면 이 영화가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영화 속 일만은 아닌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랑까지는 아닐지라도 인간이 OS에게 감정을 교류하면서 상처를 치유받는 일이 일반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