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인턴 (The Intern)
- 개봉일 : 2015.09.24
- 감독 : 낸시 마이어스
- 주연 :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니로
- 러닝타임 : 121분
- 넷플릭스, 왓챠플레이에서 시청 가능.
30세 CEO, 70세 인턴
요즘은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어가고 있는 시대이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 정년퇴직 나이는 공무원 기준으로 만 60세. 정년퇴직 후에도 20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 이 영화는 정년퇴직을 한 벤(로버트 드니로)이 줄스(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힐링 영화이다. 포스터와 줄거리만 보고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뻔하다는 생각을 하며 보았는데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감동 요소와 재미요소를 적절하게 잘 섞은 너무 괜찮은 영화였다.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용의 느낌이 좋았다. 30세 CEO인 줄스는 작은 회사부터 시작해 직원만 200명을 넘게 거느리는 소위 성공한 잘 나가는 패션업계 CEO다.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 탓에 모든 일을 자신이 처리해나가며 그러면서도 회사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만큼 체력관리와 직원 관리 또한 소홀하지 않은 만능 CEO. 그렇지만 이렇듯 일에 전념하는 동안 정작 자신의 가정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다른 학부모와 외도하는 것을 알게 되고 딸에게도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는 것을 느낀다. 이에 많은 생각을 하며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CEO 자리를 놓을 생각까지 하며 갖은 노력을 하게 된다. 기업의 공헌 차원으로 노인일자리사업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거기 벤이 지원한 것이다. 70세 인턴인 벤은 전화번호부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그는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줄스의 회사에 인턴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줄스의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던 그는 처음 해보는 면접 동영상까지 찍으며 지원한다. 그가 처음 회사에 합격한 후 설레어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줄스의 회사가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리모델링 한 건물인 것을 알고 더 애정을 느끼게 된다. 비록 처음에는 줄스에게 아무런 일거리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연륜과 노하우와 성실함을 무기로 줄스는 물론 다른 직원들에게도 점점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벤은 후에 줄스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벤은 회사에서 사랑까지 찾게 되니 이보다 행복한 취업이 또 있을까.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처음에 직원들과 줄스는 나이로 인한 불편함에 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성실함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공감해주는 따뜻함, 모르는 것은 언제든 낮은 자세로 배우려 하는 모습에 모두들 벤을 좋아하게 된다. 벤은 인생을 살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연애상담과 진실된 인생조언을 해주며 모든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리고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나는 벤의 화법이 너무 좋았다. 상대를 배려하며 존중해주는 방법을 안다. 또 거절을 할 때 까지도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고 호감이 가게 만드는 따뜻한 힘이 있었다. 줄스가 회사 문제 외에도 남편의 외도 등 가정이나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벤은 줄스에게 진정한 조언을 해주며 서로 신뢰를 쌓아갔다. 나중에는 그들의 모습에서 아버지와 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듯 신뢰로 쌓아진 두터운 세대 간의 화합이 참 보기 좋았다.
내 인생에도..
내 인생에도 언젠가는 70대가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나도 벤처럼 저런 용감한 도전을 할 수 있을까? 또 새로운 사회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듯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벤과 같은 자세를 배운다면 나이 같은 것은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도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말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환갑. 누군가는 환갑이 인생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든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 상황에 맞게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할 수도 있다. 또 인생을 살아온 날보다 더 값지고 가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사회에서 은퇴하게 되면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버려졌다는 느낌과 이제 나는 쓸모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들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은 아무리 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라 하더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특히 더 그럴 것이다. 벤 같은 참된 어른으로 늙어갈 수 있다면 나이가 드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나이와 상황에 관계 없이 우리의 인생을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다.